아랍에미리트(UAE) 중앙은행은 2025년 3월 27일, 자국 통화인 디르함(Dirham)의 새로운 기호를 발표하고, 디지털 디르함(Digital Dirham)의 공식 출범 계획을 공개했다. 이번 발표는 UAE가 국제 금융 시장에서 존재감을 더욱 강화하고자 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새로운 디르함 기호는 영어 알파벳 ‘D’를 바탕으로 수평선 두 개를 삽입한 형태로 디자인되었으며, 이는 UAE 국기의 디자인 요소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수평선은 디르함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상징하며, 물리적 화폐와 디지털 화폐 모두에 사용된다.

디지털 디르함, 어떻게 작동할까?

UAE 중앙은행은 디지털 디르함이 블록체인 기반의 고도화된 기술로 구축된다고 밝혔다. 이 기술은 거래의 신속성, 보안성, 투명성을 제공하며, 각종 금융 범죄 대응 및 리스크 관리에 효과적이다.

또한, 디지털 디르함은 토큰화를 통해 자산의 부분 소유가 가능하며,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복잡한 조건부 거래도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디지털 지갑과 통합 플랫폼 구축

디지털 디르함은 개인과 기업이 사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지갑 형태로 제공되며, 이 지갑을 통해 다양한 금융 거래가 가능하다. 중앙은행은 이번 플랫폼이 소매 결제, 자금 이체, 충전, 환전, 회수 등 모든 금융 활동을 포괄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지갑은 UAE의 디지털 경제 성장에 발맞춰 새로운 금융 솔루션을 손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새로운 화폐 기호 도입, 지폐도 바뀔까?

GivTrade 창립자인 하산 파와즈(Hassan Fawaz)에 따르면, 대부분의 국가들은 새로운 화폐 기호 도입 후 새로운 지폐 시리즈를 점진적으로 발행해왔다. 기존 지폐는 일정 기간 동안 법정화폐로 유지되며, 새 지폐는 보안 기능 강화와 새로운 디자인을 특징으로 한다.

예를 들어, 인도는 2010년에 루피(Rupee) 기호를 도입한 이후, 기호가 반영된 새로운 지폐를 발행했다. 이에 따라 UAE 역시 향후 유사한 절차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통화로서의 위상 강화… 영국 내 6위 판매 통화

영국 최대 외환 서비스 제공업체에 따르면, 2024년 2월부터 2025년 1월까지 UAE 디르함은 영국에서 여섯 번째로 많이 거래된 통화로 집계됐다. 이는 UAE의 국제 무역 확대 및 외국인 투자자 증가에 따른 결과로 분석된다.

UAE 중앙은행 총재 칼리드 모하메드 발라마(Khaled Mohamed Balama)는 “디지털 디르함은 금융 안정성과 포용성, 탄력성을 향상시키며 금융 범죄 대응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 디르함’은 금융 인프라 전환의 핵심축

디르함 기호 변경과 디지털화는 UAE의 ‘금융 인프라 전환(Financial Infrastructure Transformation, FIT)’ 프로그램의 일환이다. 이 프로그램은 혁신적 금융 기술 도입, 디지털 결제 확산, 금융 접근성 강화 등을 통해 UAE를 글로벌 금융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다.

XS.com의 선임 분석가 사메르 하슨(Samer Hasn)은 “새 기호의 원형은 UAE가 블록체인 기술을 수용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국경 간 결제에서 자국 화폐 사용을 확산시켜 국제 금융 체계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됐다”고 평가했다.

UAE 중앙은행은 2025년 4분기 중 디지털 디르함의 소매시장 유통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업 및 소비자들은 은행이나 핀테크 기업 등을 통해 디지털 디르함을 사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결제 채널에서도 실물 디르함과 병행해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