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더, 미국 시장 본격 진출 시사…‘미국판 USDT’ 추진 가능성
테더 CEO가 미국 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현재 테더는 1,440억 달러(약 195조 원)에 달하는 USDT를 발행 중이며,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규제 문제 등으로 인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세계 최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Tether)가 미국 내 독자적인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고려 중이라고 밝히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파올로 아르도이노(Paolo Ardoino) 테더 CEO는 3월 27일 공개된 팟캐스트 ‘On the Brink’에 출연해 “미국 규제 상황에 따라 별도의 국내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테더가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진입을 시사한 첫 공개 발언으로, 그 배경에는 미국 내 규제 변화와 감사 투명성 강화, 그리고 트럼프 정부와의 관계가 밀접하게 얽혀 있다.
미국 시장 첫 진출?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 될 것”
아르도이노 CEO는 “미국 시장은 지금까지 우리가 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영역”이라며, 국내용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을 주의 깊게 관찰 중이며, 필요 시 미국 시장에 맞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재 테더는 1,440억 달러(약 195조 원)에 달하는 USDT를 발행 중이며,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 점유율은 약 60%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내에서는 규제 문제 등으로 인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과거 불투명성 논란, 지금은 “감사가 최우선 과제”
테더는 2021년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로부터 4,25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받은 전력이 있다. 이는 당시 준비금 관련 정보 공시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후 테더는 “현재 운영 방식에는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시장에서는 투명성 부족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어 왔다.
이를 의식한 듯, 아르도이노 CEO는 이번 팟캐스트에서 “완전한 재무 감사는 테더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세계 4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 언스트앤영,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KPMG 중 한 곳과 협력해 본격적인 감사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에는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사이먼 맥윌리엄스(Simon McWilliams)를 선임했으며, 그 역할도 바로 감사 체계 정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 정부와의 연결…“상무부 장관이 테더의 든든한 우군”
테더의 미국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는 바로 트럼프 정부와의 긴밀한 관계다. 현재 상무부 장관으로 재직 중인 하워드 루트닉(Howard Lutnick)은 2021년 이후부터 테더의 준비자산을 관리한 금융회사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의 회장 겸 CEO로 활동해 왔다.
캔터 피츠제럴드는 테더 지분 5%를 보유하고 있으며, 루트닉 장관은 여러 차례 언론에서 테더를 공개적으로 옹호해 왔다. 이는 향후 테더가 미국 내에서 보다 우호적인 환경 속에 활동할 수 있는 정치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바이비트 해킹 대응에도 적극…“900만 달러 자산 동결 지원”
테더는 기술적 대응에서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의 암호화폐 해킹 사건, 즉 바이비트(Bybit) 해킹과 관련해, 900만 달러(약 122억 원)에 달하는 자산을 동결하는 데 테더가 협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테더가 단순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를 넘어, 글로벌 가상자산 보안과 법 집행 협력에도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이미지 제고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르도이노 CEO는 팟캐스트에서 “매일 미 법무부와 재무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진출 땐 경쟁 격화…USDC와의 ‘정면승부’ 불가피
테더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될 경우, 현재 미국 내에서 높은 신뢰도를 확보한 서클(Circle)의 USDC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USDC는 이미 미국 내 금융 기관들과 협력 관계를 다져왔으며, 규제 기관과의 소통도 비교적 원활한 것으로 평가된다.
테더가 새로운 국내용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기존 USDT와의 차별화, 규제 충족 수준, 시장 내 신뢰 확보 전략 등이 중요 과제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전망: 규제 변화와 감사 결과가 열쇠
테더의 미국 시장 진출은 단순한 사업 확대가 아닌, 글로벌 가상자산 시장 질서의 재편을 의미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규제안 통과 여부와 빅4 회계법인의 감사 결과는 향후 테더의 신뢰 회복과 사업 방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테더는 여전히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미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려는 지금, 과거의 그림자를 지우고 진정한 제도권 진입을 이룰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