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프라이버시 풀' 출시...규제와 익명성 동시 달성
이더리움 재단과 관련 생태계는 “프라이버시가 곧 범죄”라는 인식을 타파하고자 기술적 대안을 모색해왔다. 프라이버시 풀은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며 법적으로도 수용 가능한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2025년 4월 1일, 이더리움메인넷에서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 프로토콜인 프라이버시 풀(Privacy Pools)’이 공식 출범했다. 이는 프라이버시 보호와 규제 준수라는 상반된 가치를 동시에 충족하기 위한 혁신적인 시도로 평가받는다.
특히 이 프로젝트에는 이더리움 공동창립자 비탈릭 부테린이 직접 참여해 1 ETH를 예치하며, 실험적이지만 전략적인 테스트 단계부터 힘을 보탠 것으로 알려졌다.
‘프라이버시 풀’은 거래 익명성을 제공하면서도 합법적인 거래임을 증명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는 2022년 미국 정부 제재를 받았던 프라이버시 믹서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와는 다른 방향이다.
기존 믹서는 블랙리스트 등록으로 범죄와 직결된 이미지를 갖게 되었지만, 프라이버시 풀은 기술 구조 자체에 ‘검증된 합법성’ 개념을 탑재하며 규제 친화적 도구로 자리잡고자 한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체이널리시스가 집계한 불법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410억 달러(한화 약 59조 8,000억 원)에 달했다. 이 수치는 전체 블록체인 거래의 약 0.14%를 차지하지만, 범죄 이미지가 시장 전체 신뢰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더리움 재단과 관련 생태계는 “프라이버시가 곧 범죄”라는 인식을 타파하고자 기술적 대안을 모색해왔다. 프라이버시 풀은 이 문제에 대한 현실적이며 법적으로도 수용 가능한 해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시스템의 핵심은 ‘어소시에이션 셋(Association Sets)’이라는 개념이다. 사용자가 자산을 입금하면, 해당 자산은 유사한 성격의 다른 사용자들과 묶여 거래 흐름에서 추적을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입금이 불법 자금과 연관되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추후 특정 입금이 문제가 된 경우, 해당 건만 풀에서 제거되고 나머지 입금은 영향을 받지 않는다. 사용자는 언제든 ‘레이지퀴트(Ragequit)’를 통해 자신의 자산을 다시 원래 주소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는 자금 세탁에 사용될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고자 고안된 기능이다.
프라이버시 풀은 단순한 개발 프로젝트가 아닌, 학문적 기반에서 출발했다. 2023년, 비탈릭 부테린과 체이널리시스 수석 과학자 제이컵 일룸, 바젤대학교 연구진은 ‘규제 준수형 프라이버시 시스템’에 대한 백서를 공동 발표했다.
프라이버시 풀 출범 직후, 총 69건의 초기 입금이 이루어졌으며 이 중 최소 1건은 비탈릭 부테린의 지갑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초기 입금 한도는 1 ETH로 제한되어 있으나, 플랫폼의 안정성과 효과가 검증되면 향후 확대될 수 있다. 현재까지 총 21 ETH 규모의 자금이 프라이버시 풀에 입금되었다.